순천만습지, 흑두루미 역대 최대개체수 기록
순천만습지, 흑두루미 역대 최대개체수 기록
  • 편집국
  • 승인 2017.11.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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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순천만습지를 찾아온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가 역대 최대개체수를 기록했다.

5일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만습지를 찾아온 두루미류는 지난 1일 기준 1753마리로 관측됐다. 종류별로는 흑두루미 1748마리, 검은목두루미 3마리, 캐나다두루미 2마리다.

▲ 흑두루미(순천시제공)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류는 1996년 11월 70여마리가 첫 관찰된 이래 1999년 80여마리, 2004년 202마리, 2014년 1005마리, 2016년 1725마리에 이어 올해 현재 1753마리가 도래하면서 1996년 대비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순천만에서 관찰되는 흑두루미는 통상 매서운 겨울한파에 충남 천수만 간월호가 얼어붙는 매년 1월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는 역대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보였다.

순천시는 12월쯤이면 역대 가장 많은 2000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천시 시조(市鳥)인 흑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 15종의 두루미류 중에서 오랫동안 번식지가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다가 1974년쯤에 러시아에서 번식지가 발견되었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중부의 퉁구스카강, 레나강과 극동의 아무르강 하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소택지와 숲이 우거진 늪지대에서 번식한다.

세계적으로 흑두루미의 서식지는 가뭄, 댐건설, 도시확장, 농지개간, 화학비료 사용으로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생존개체수가 1만6000마리로 추정되는 흑두루미는 80% 이상이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하고, 나머지가 한국의 순천만과 중국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전세계적으로 개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월동지 7개소 중 일본 이즈미시와 한국의 순천만을 제외하고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순천만에는 매년 1700마리 이상이 월동하며, 10월 중순에 찾아와 이듬해 4월초까지 약 6개월 가량 머문다.일본 이즈미시는 전 세계 개체수의 80% 이상이 집중되면서 AI 등 질병 발생에 따른 집단 폐사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순천만 개체수 증가는 흑두루미 종보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순천만습지를 찾아오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서식환경 제공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내륙습지의 체계적인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순천만 흑두루미 서식지 보전은 90년대 후반부터 20년 넘게 지역민과 시민단체, 순천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시원한 가을이 오면 흑두루미를 기다리는 흑두루미영농단

2017년 가을, 흑두루미 도래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흑두루미영농단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주말도 반납하고 쉼없이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59㏊)에서 벼 수확을 진행했다.

흑두루미영농단은 2009년부터 흑두루미를 포함한 겨울철새의 안전한 서식지 조성을 위해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겨울철이면 차량 불빛 차단용 갈대울타리를 설치하고 철새지킴이로 활동한다.

흑두루미영농단 서동원 단장은 "흑두루미는 매년 10월20일 전후에 '꾸루꾸루~ 꾸루루~'노래를 부르며 순천만에 도착한다"며 "순천만 가을은 흑두루미를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며, 흑두루미가 도착하기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순천만 흑두루미 도래시기를 분석한 결과 도래 초기인 10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개체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2016년 10월말에 이미 1000마리 이상 개체군이 월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 순천만 흑두루미(순천시제공)

흑두루미 도래 초기는 월동지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장거래 이동에 따른 피로를 풀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따라서 흑두루미영농단이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농로 안으로 차량이나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철새지킴이 활동은 흑두루미 개체수 증가에 기여한 바가 크다.

시 관계자는 "흑두루미 개체수 증가는 주민과 협력해 흑두루미 영농단 운영, 벼 조기 수확,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 철새지킴이제도 등을 꾸준히 운영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내륙습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순천만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고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보전해 가겠다"고 말했다.

◇ AI로부터 안전한 순천만습지…청정 지역 유지 총력

순천만습지는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내 고병원성 AI에 대비해 10월부터 상시적인 AI방역시스템을 구축했다.

10월1일부터 순천만 탐방객의 차량 및 대인소독을 강화했으며, 추수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주요 철새 서식지의 농로입구를 차단하고 현장예찰 활동도 강화했다.

철새 먹이나누기는 야생조류의 면역력 증진과 철새 분산을 막기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영농단을 중심으로 올해도 예년과 같이 먹이주기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국내외 주요 철새도래지와 AI 발생 현황 등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습지센터 등 조류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서식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특히 선제적인 고병원성 AI 차단을 위해 일본 이즈미시와 흑두루미 서식지 정보 공유도 확대했다.

시는 지난 10월5일부터 3일간 일본 가고시마현과 이즈미시 후원으로 일본 가고시마대학교에서 개최된 ‘이동성조류 질병 심포지엄’에 참석, 순천만 흑두루미 도래현황과 AI 방역 체계를 발표한 바 있다.

심포지엄에서 이즈미시와 순천시는 흑두루미 개체군 변화, 서식지 위협 요인, 고병원성 AI 등 질병 발생상황을 공유하고 공동 협력을 약속했다.

순천만관리센터 장영휴 소장은 "순천만습지의 방역과 농로주변 차량통제는 탐방객의 안전과 고병원성 AI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주민과 탐방객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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